
곧 설이네요.
명절이 다가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좀 묘해집니다.
서울에서 일하고, 경쟁하고, 치이고 살다가
잠깐이라도 고향 생각이 나요.
저는 지방 대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산 시간이 인생의 거의 절반 가까이 되네요.
앞으로도 서울에 살 가능성이 높고요.
그런데도 아직 저는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이게 참 묘해요.
서울은 솔직히 빡셉니다
서울 살아보신 분들은 다 아시죠.
속도 빠르고
경쟁 치열하고
돈 얘기, 집 얘기, 투자 얘기 안 하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좋은 식당도 많고
좋은 병원도 많고
좋은 직장 기회도 많고
문화생활도 넘칩니다.
근데 그 모든 게
“경쟁” 위에 올라가 있어요.
조금만 느슨해지면
뒤처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그런데 웃긴 게요
이 빡센 서울이
또 제 능력을 가장 많이 끌어올려 준 곳이기도 합니다.
지방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지금만큼 투자 공부하고
지금만큼 돈에 대해 진지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서울은 사람을 압박하지만
동시에 성장시킵니다.
이게 서울의 진짜 경쟁력이 아닐까 싶어요.
서울 태생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점
서울에서 태어난 친구들을 보면요.
선택지가 하나입니다.
“서울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경기도 가는 것도 싫어하고
지방 내려간다는 건 거의 상상도 안 합니다.
서울이 시작이고
서울이 끝입니다.
근데 저는 달라요.
저는 마음속에 늘 하나의 버튼이 있습니다.
“힘들면 내려가지 뭐.”
이게 엄청난 차이더라고요.
지방 태생의 가장 큰 장점
돌아갈 수 있는 도시가 있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심리적 보험입니다.
제 고향은
서울 집값의 30~40% 수준이면
비슷한 상품성의 아파트를 살 수 있습니다.
서울 집 하나 정리하면
고향에서는 대출 없이 넉넉히 살 수 있고
남는 돈으로 투자 세팅하면
사실상 반은 파이어(FIRE)입니다.
물론 실제로 당장 내려갈 건 아닙니다.
그런데요.
이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서울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
서울에서 일이 꼬이거나
집값이 흔들리거나
투자 수익이 안 좋을 때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다 정리하고 내려가면 끝인데?”
그러면 웃음이 나요.
이건 도망이 아니라
선택지입니다.
서울 태생 분들에겐
이 카드가 없습니다.
저는 그게
지방 출신의 은근한 강점이라고 봅니다.
사람은 다운그레이드를 싫어합니다
서울에서 계속 산 분에게
“지방 가세요” 하면
쉽지 않죠.
지방 광역시 살던 분에게
“군 단위 내려가세요” 하면
또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환경이 점진적으로 좋아질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은
위로는 가도
아래로는 안 가려 합니다.
그런데 지방 태생으로 서울에 온 사람은
이미 ‘업그레이드’를 경험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필요하면
다시 내려가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이 차이가 커요.
고향이 주는 묘한 안정감
명절에 고향 가면요.
어릴 때 가던 분식집이 아직 남아 있고
골목 구조도 거의 그대로고
동네 분위기도 크게 안 변해 있습니다.
서울은 2~3년만 지나도
가게가 싹 바뀌고
건물이 올라가고
동네 분위기가 바뀝니다.
고향은 시간이 천천히 갑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추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서울 중급지 자가 보유자가
집을 매도하고
지방 대도시 신축으로 간다고 가정해봅시다.
대출 다 정리하고
5~7억 정도로 집 마련하고
나머지 자금을 금융자산으로 세팅하면?
배당 + 이자 + 약간의 근로소득만 있어도
삶의 압박이 확 줄어듭니다.
서울에선
집이 나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라면
지방에서는
집이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이 차이는 큽니다.
물론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직장 문제
교육 문제
의료 인프라
사회적 네트워크
서울이 가진 장점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쉽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런데요.
선택지가 있다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늘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게 버티는 힘이 됩니다.
결국은 균형 아닐까요
서울에서 능력을 다 쓰며 살되
마음 한편엔 고향을 두는 것.
서울 집 하나
지방 집 하나
주 4일 근무하며 왔다 갔다 사는 삶.
아직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설 연휴에 생각해보면 좋을 것
이번 설에 고향 가시면
집값 생각 말고
투자 생각 말고
그냥 골목 한번 걸어보세요.
어릴 때 놀던 놀이터
처음 혼자 버스 타던 정류장
부모님이 데려가던 식당
그 공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꽤 단단해집니다.
서울은 경쟁의 도시고
고향은 회복의 도시 같습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저는 서울에 계속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여유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빡세게 살다가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한텐 보험이 있지.”
이게 서울 사는 지방 태생의
은근한 특권 아닐까요?